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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경향신문 2019-01] 부동산 가격공시제도, 논쟁을 넘어 미래를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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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부동산 가격공시제도, 논쟁을 넘어 미래를 준비하자

[작성자] 이성원 연구위원

연초부터 정부의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를 놓고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의 권한 남용과 일부 지역에서의 일률적인 공시가격 인상을 문제 삼은 한 언론사의 보도에서 촉발된 이번 논쟁은 여러 언론들을 통해 또 다른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2018년 부동산시장의 흐름을 되짚어보면 서울과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시장 과열이 지속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정책을 발표하였고 그 정책이 효력을 보이며 주택시장이 안정화되고 특히나 지방의 일부 주택시장은 큰 폭으로 하락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정부가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하여 내놓은 여러 대책들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대출규제와 세제개편이다. 여기에서 세제개편은 다주택자와 고가부동산 소유자에 대한 과세강화에 목표를 두고 있다.

부동산 과세 강화는 세목을 신설하거나 세율을 올리는 방법으로도 달성이 가능하지만 과세표준을 높여 자연스럽게 결정세액이 높아지도록 유도할 수 있다. 특히나 우리나라의 경우, 과세표준이 실제 거래되는 가액에 비해 현저하게 낮기 때문에 부동산의 과세표준인 부동산 공시가격을 높이면 세목신설이나 세율조정처럼 제도를 변화시키지 않고서도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공시가격이 시가수준에 비해 낮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부동산 공시가격이 시가수준에 비해 낮은 정도가 전국의 모든 지역에서 비슷하지 않고 오히려 상대적으로 부유한 지역에서 더 크게 낮은 것이 문제이다. 이는 결국 부자동네에 사는 사람일수록 실제로 내야 하는 세금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세금을 내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태를 멀찌감치 떨어져서 지켜보는 입장에서 보면 정부가 매우 억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공시가격 현실화 문제는 올해 들어 갑자기 나온 얘기가 아니고, 정부는 이미 지난 해 5월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시가격을 현실화하겠다고 얘기해왔다. 심지어 서울시는 작년 10월 경, 공시가격을 실거래가 수준으로 올려달라고 국토부에 건의까지 하였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의 목표를 정하고 이를 따르도록 권고하는 것은 지역 간 공시가격 형평성과 균형을 맞추기 위한 정부의 역할이자 권한이다. 마치 한국은행이 매년 그 해의 물가 목표를 정하고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물론 정책 추진과정에서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먼저 공시가격을 현실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특정 지역이나 계층을 목표로 삼는다는 외부의 비난을 받게 된 것은 사회적 갈등과 대립을 유발시킬 수 있어 적절치 못하였다고 보인다. 정부가 정확한 자료에 기반한 충분한 검토를 통해 적정한 현실화율 목표치를 정하고 거기에 따르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현실화율이 낮은 지역은 크게 오르고, 현실화율이 높은 지역은 적게 오르는 등 정부의 목표는 자연스럽게 달성 가능하다. 또한 정부의 정책 추진으로 부동산 관련 세금과 건강보험료, 각종 부담금 등이 얼마나 인상될 것인지, 이에 따른 대책은 무엇인지에 대한 검토와 정보제공이 미흡했다. 부동산 공시가격은 그 사용처가 수 십 가지에 이르는 등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국민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클 수밖에 없고, 국민적 동의를 얻지 못한 무리한 정책추진은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누가 잘못했느냐”, “어느 지역의 세부담이 많이 늘었냐”를 따지고 드는 동안에 중요한 줄기를 놓치고 있지는 않은가 다시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공시가격 현실화 문제가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공시제도의 요원한 숙제였고 더 큰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반드시 치료해야 할 질병과도 같다는 것이다.

병의 치료도 다 때가 있는 법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 때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자 종합부동산세 도입, 보유세 강화 등의 대책 외에도 공시가격 현실화 문제가 화두에 올랐고, 정부는 실제로 공시가격 현실화를 위해 몇 년의 시간을 들여 노력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에도 세부담 증가로 인한 민원 발생 우려와 서브프라임 사태에 따른 부동산가격 하락 등을 이유로 실질적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였고 오늘 날 이 사태의 불씨를 남겨 두었다. 어찌 보면 매우 중요한 치료 기회 한 번을 놓치고 만 것이다.

이제 더는 미룰 시간이 없는 듯하다. 더 이상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도 의미가 없어 보인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2019년의 부동산 시장이 하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는 시기에 국민들은 공시가격 변동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을 하기 보다는 이번 일을 기회 삼아 공시가격의 현실화율 제고를 비롯한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공시제도의 미래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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